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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의 발톱(박조열)
  No. 76   ( Hit : 3148 )
이     름 : 관리자  
날     짜 : 2004-03-15 오후 2:23:54
파     일 : None
  오장군의 발톱
  박조열 작
  손진책 연출
  극단 미추

  작가  소개 :  1930년 함남  함주에서 태어남.  함남중학을 졸업하고
완산공업학교에서  문학교원을  지냄.   흥남철수  때  월남하여  군에
입대하고,  1963년   국군에서  예편한  뒤에   극작에  전념함.  주요
작품으로는 관광지대, 토끼와 포수, 목이 긴 두 사람의 대화, 흰둥이의
방문 조만식은 아직도  살아있는가 등이 있으며, 방송극으로는 개성대,
무지개   가족,  배덕자,   꿔동네  새동네,   땅의   아들들이  있음.
동아연극상,대한민국방송대상을 받음.

  무대화를 위한 협조
  -주인공, 연출, 연기, 무대미술, 의상에 대하여
  1.  가장 중요한  것은 동화적  상상력이다. 여기서는  태양이 웃고,
나무가 걸어다니고 소가 인간을 사랑한다.
  2. (오장군)이라는  이름은 계급이 아니다.  아들이 태어나면 (장군)
이라는  아역으로  부르면서  건강하고  고명한  대장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미소로운 욕심에서 발상을 얻었을 뿐이다.
  3.  오장군은  몹시   가난한  소작농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군에
징집되기전까지는 집에서 사방 십리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고, (별을
보며 밭에 나가고  달을 보며 집에 돌아오는  삶) 밖에는 몰랐다. 그가
아는 어휘가 극히 적은 것은 당연하다.
  4. 군 복무중  오장군의 행적은 자신에게는 비극이었지만 타인에게는
소극의  연속이었다.  그는 소위  (사고뭉치),  또는  (고문관)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운 최초의 병사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5. 오장군이  참전한 시기는  쌍발프로펠라 추진식  폭격기가 출현한
1920년대 후반기에 해당된다.  그가 출전하기 직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철모는 프러시아 군대를, 군복은 일본의 제국군대를 닮은 데가 많았다.
수십명의 등장인물중, 오장군을 빼고는  몇가지 역을 겸할 수 있고, 또
그러기를 바란다.
  오장군, 그의  어머니, 그의 약혼녀를 제외한  인물들은 예외없이 늘
약간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들의  복장은 물론,
모든  무대장치는 동화적인  단순성과 과장,  그리고   시대적, 공간적
거리감을 함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등장인물 : 오장군
  엄마
  꽃분
  먹쇠
  집배원 A
  집배원 B
  동쪽나라 신병훈련소 교관
  동 조교 A B, 동 기관총수
  동 군의관
  동 인턴
  동 간호장교
  동 인사장교
  동 훈련병 A B C D 외 다수
  관리 A
  관리 B
  관리 C
  운전병
  동쪽나라 야전군 사령부 사령관
  동 전속부관
  동 정보참모
  동 작전 참모
  동 수색중 대장
  동 수색중 대 상사
  참모 다수 (동)
  동 영현 하사관
  서쪽나라 야전군 사령부 사령관
  동 정보장교 (나무 A)
  동 중사 (나무 B)
  동 하사 (나무 C)
  동 병사 (나무 D)
  동 상병 (나무 E)
  동 포병 관측장교
  동 포병 관측병
  동 헌병장교
  동 헌병 다수
  동 고급 참모장교 다수
  고향의 걸어다니는 나무들

  [장] (제 1 경)
  감자밭이 있는 들판
  넓은  벌판. 여윈나무  다섯그루. 초여름.  흐리존트에  걸린 태양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크기보다 다섯 배 더 크다. 태양은 졸고 있다.
  음치스런 노래소리가 가까와지더니 오장군이 쟁기를 메고 나타난다.
  [오장군] (노래, 팔자요의 가락)
  엄마 엄마 울 엄마야
  무엇할라고 날 낳아놓았던가
  날라면은 잘 낳거나
  어정퍼정 낳아놓고
  고생만 시키누나
  날만 새면 일을 하니
  내가 무슨 황소 아들인가아 ---
  (어깨에 메고 있던  쟁기를 내동댕이치려다 말고 얌전히 놓고 뒤돌아
보며) 어, 인석이 또 쳐졌군. 야, 먹쇠야 ! 빨리 뛰어 오지못해 !
  무대  밖에서 방울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황소가  나타난다. 먹쇠는
황소 이름이었던것이다.  황소의 가면을 쓴 건강한  인간, 커다란 방울
쟁기용 멍에를 목에  걸고 있다. 황소, 오장군  앞에 서더니 손에 들고
있던 회초리를 내민다. 오장군,  그것을 받고 한대 갈기는 시늉만 하고
나서 먹쇠에게 돌려
  [페이지] 006
주고 쟁기를  멍에 끝에 달아 맨다.  먹쇠더러 회초리를 도로 달래가지
고는 세번을 위협적으로 돌린다.
  [오장군] 이랴  가자 !  어디로 가는 거야  ! 이쪽이야  이쪽 ! 옳지
옳지.
  (종달새 소리, 하늘을 쳐다보며 밭갈이요 가락)
  종달새야 종달새야 종달새야
  꽃분이 목소릴 닮았구나
  종달새야 종달새야 (막힌다. 다시 시작)
  종달새야 종달새야 종달새야
  네목소리가 간지럽구나아 (하며  길게 길게 끄는데 멀리서 숫소 우는
소리가 들린다. 먹쇠가 그  소리를 듣고 우뚝서며 귀를 기울인다) 누가
서라고 했어 ! (하는데 또  숫소 우는 소리) 옳지, 너 꽃분이네 숫소가
우는  소릴  듣고  있구나. 근데  너  벌써  ---  !  (먹쇠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흐음, 너도  이제  처녀가 다  됐구나,  궁뎅이가 함지만해
가지구.  좋아, 그렇담  너두 어서  시집을 가야지.  (먹쇠를 쳐다보며
잠시  갸우뚱 생각에  잠긴다. 사방을  둘러보며)  이 밭을  다 갈러면
닷세<<는   걸릴거야.  하루는   푹  쉬고   그담날에   ---  닷새에다
하루쉬니엿새 또>>  다음날이니까 이레  --- 가만있자,  이레째는 우리
아버지 제사날 아냐 ? 어른 제사날에 그런 짓 하면 부정타지.
  [먹쇠] (머리를 흔들며) 뫼에 뫼에
  [오장군] 상관없다구 ?  (잠깐 먹쇠를 쳐다보고 나서) 정말 짐승같은
소릴 하는구나. 하긴 짐승에게까지 우리아버지 제사날을
  [페이지] 007
정하게   지내랄  수는   없지.  좋아,   그럼   우리아버지  제사날에
시집보내주마.
  [먹쇠] (기뻐서) 뫼에 뫼에  ---
  [오장군] 그 대신 열심히 일해줘야 한다.
  [먹쇠] 뫼에 !
  [오장군] 가자 !
  [먹쇠] (신이 나서 꺼떡거리며 간다)
  [오장군] (박자  맞추듯)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
(꽃분네 숫소가  뫼에. 먹쇠도  뫼에. 다시 꽃분네  숫소 뫼에. 먹쇠도
뫼에)  자알  논다,  너희들 !  (멈짓)  가만,  그럼  넌  주연인 내가
장가들기  전에 시집가는  것 아냐  ? 나도  금년 가을엔  꽃분이 한테
장가갈텐데 --- 너 그 때까지 참아줄 수 없겠니 ?
  [먹쇠] (질색하며) 뫼에, 뫼에, 뫼에,
  [오장군] 아따 앙달은 ! 좋아, 니가 먼저 시집가라.
  (밭갈이요 가락) 이려 어디 이려 어디
  슬슬 돌아가자 바로 바로 가자
  이랴이 소야아 말잘들어라
  그래야 시집보내준다
  어디 이려 빨리가자 이려 낄낄
  (둔중한  폭격기   편대음이  높이  지나간다.   인간과  소는  함께
불안스러운 시선으로 하늘을 쳐다본다)
  [오장군]  망할놈들  !  꼭  우리  감자밭  위를  지나간단  말이야.
잘못해서 폭탄을  떨구기라도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 (침묵,
상상) 슈웃 콰앙  ! (침묵, 상상. 사방을  크게 손젓고 나서) 조심해 !
망할놈들 ! 가자 ! ---
  (한결 신명이 죽은 투로 밭갈이요 계속)
  [페이지]  008
  [오장군] (밭갈이요 가락)
  이랴 이랴 이랴 이랴
  이소 어디 잘못간다
  어디어 이소 바로 가자 --- (다시 편대음, 먹쇠 선다)
  괜찮아,  가자  !   (편대음과  큰소리  내기라도  하듯이  고래고래
지르면서 노래한다)
  이랴 이소 빨리 돌아가자
  얼른얼른 돌아가자
  한눈팔면 사팔뜨기 된다
  어디여 이소 곧장 가거라
  해는 벌써 한나절 됐다
  빨리 갈구 점심먹자 (편대음 멀어져 간다)
  빨리 갈고 점심먹자아
  빨리 갈고  점심먹자아 --- (길게 끌다가  갑자기 뚝그치며) 어유우,
배고파 ! (무대 뒤쪽에 대고) 엄마아 ! 엄마아 !
  [엄마] (무대 뒤에서) 오냐, 나간다.
  [오장군] (먹쇠에게) 너두 외양간에 가서 점심먹구와.
  [먹쇠] 뫼에 ---
  (하며 손을 내민다. 회초리를 달라는 것이다)
  [오장군]  밥먹구 나서  너무  오래 낮잠  자 면  안된다.  5백개 셀
동안만 --- 아니 천, 예에라, 천5백 셀 동안만큼 자고 오너라.
  [먹쇠] 뫼에 ---
  (회초리를흔들며 퇴장)
  이윽고 엄마가  함지를 들고 나온다. 저렇게  작은 엄마가 저렇게 큰
오장군을 낳다니 --- 하고 깜작 놀라게끔 작달막하다.
  [페이지] 009
  [오장군] (달려가서 함지에 씌운 보자기를 훌렁 벗겨본다) 체에.
  [엄마] 비켜라 인석아.
  (내려놓는다)
  [오장군] (저만치 물러서서) 술 받아오라고 했잖아 !
  [엄마]  저녁때   받아줄께.  (밥그릇   반찬그릇들을  바닥에  놓고
숟가락을 주면서) 어서 먹어라.
  [오장군] (뚱해서 보고만 있다)
  [엄마] 안 먹음 치운다.
  [오장군] (재빨리 앉는다. 탐욕스런 한술)
  [엄마] 물부터 먹어야지.
  [오장군] (물그릇을 비운다. 밥먹는 판토마임)
  [엄마] 오늘은 어디까지 갈 수 있겠냐 ?
  [오장군] (먼데를  가리키며) 조기.  (다 먹고  나서 벌렁눕는다) 천
5백 세거든 깨워 주세요.
  [엄마] 오냐.  (이미 드르렁대는 아들에게)  맘놓구 자거라. (자장가
부르듯) 하나, 둘, 셋, ---
  (비행기  편대음이 지나간다.  그소리에서  보호라도  하듯 목소리를
높이며 센다)
  (집배원이 등장한다. 키다리. 구두 밑에 한자 높이나 되는 징을 박고
있다.)
  [집배원] 안녕하세요 ? 우체국에서 왔읍니다.
  [엄마] (끄덕이며 여전히 센다)
  [집배원] 오장군씨에게 편지가 왔읍니다.
  [엄마] (끄덕이며 오장군을 가리킨다)
  [집배원] (깨우려고 한다)
  [엄마] (질색하여 말리며 편지를 내놓으라고 손짓)
  <<[집배원] (가방속에서 두텁고 큰 징집영장을 꺼낸다)
  [엄마] (받아들고 본다. 문맹이다. 집배원에게 읽어달라고 손짓)
  [집배원]  (옆으로 째지는  입과  귀와 눈)  징집영장  ! 제일국민역
오장군 귀하. 병역법 몇조에 의하여 현역으로 징집한다.>>
  [페이지] 010
  [오장군] 몇년 몇월 며칠 몇시까지 제 5지구 장정집결지에 출두하라.
불응시는  병역법 몇조에  의하여 종신형에  처함. 제  5지구 집결지는
아무데다. 서기 몇천 몇백  몇십 몇년 몇월 며칠. 제5지구 모병사령관.
서명. (잠시 위엄을 더 부리고 나서) 아셨죠 ?
  [엄마] (여전히 세며 끄덕. 알리가 없는 데도)
  [집배원] 내일까지 집결하라는 명령입니다. 아셨죠 ?
  [엄마] (잠깐 생각하더니 모른다고 가로젓는다)
  [집배원] 예 ?
  [오장군] (꿈틀거리며 깨어난다) 엄마 !
  [엄마] 왜 벌써 깨나냐 ? 이제 겨우 **를 세었는데 --- 더 자거라.
  [오장군] 꿈을  꿨는데 말야.  (하다가 집배원을 보고)  --- 엄마 저
사람 누그야 ?
  [엄마] 우체국이란 데서 왔다는구나.
  [오장군] 우체국이요 ? (이내 무관심해지며) 엄마, 꿈에 내가 전쟁에
나갔지 뭐야.
  [엄마] 넌 잠이 들었다 하면 개꿈을 꾼다니깐. 어서 더 자거라.
  [오장군]  어우 무서워  ! 이만한  대포알이  위잉 !  소리를 내면서
번개같이 날아오더니 내 입속으로 ---
  [엄마] 듣기  싫다. 그보다두  애, 이걸  저 나리께서  가져왔다. 난
도무지 무슨 소린지 ---
  [집배원] 오장군씨, 당신은 정말 군에 입대하게 됐읍니다. 그건 바로
군대로 나오라는 명령 섭니다.
  [엄마] 뭐, 뭐요 ?
  [오장군] (읽는다)
  [페이지] 011
  [엄마] 애, 정말이냐 ?
  [오장군] 아마 그런 말인가봐.
  [엄마] 아유, 이를 어째 ! 그런 줄 알았으면 내 받지를 말걸.
  [집배원]  하하하 ---  그게  어디  안 받으신다구  ---  자, 여기에
손도장을 찍어요.
  [오장군] (엄지손가락으로 찍는다)
  [집배원]  (관객을  향해서) 꼭  내  엄지  발구락만  하군. (장군과
엄마에게  )   20년  전에   서쪽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을  땐  나두
출전했었죠. 난 키가 큰 덕에 중대연락병으로 뽑혔읍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난 중대지휘소와  대대지휘소 사이를 365회나 왕복했읍니다. 난
참 운이 좋았죠. (손가락으로 몸의 여기저기를 총알이 지나가는 흉내를
하면서) 총알이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가고, 또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가고, 또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가고  또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갔어요.  하지만   난  여지껏   우리  어머니에게만은   이  얘길
안했읍니다.어머니가  이 얘길  들으면 얼마나  놀라겠읍니까  ? (마치
그리운  옛날을 회상한듯한  자세로)  그  때 생각을  할  적마다 나는
꿈꾸는 듯한 시분이 되곤 하죠.
  (손가락으로  총알이 여기저기를  지나간 흉내를  되풀이  하고 나서
오장군과 엄마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휘적휘적나간다)
  [엄마] (멍해있다)
  [오장군] 엄마 ! 나 꽃분이한테 알리고 올께.
  [엄마] 이럴 줄 알았으면진작에 꽃분이한테 장가라도 보낼걸.
  [페이지] 012
  [오장군] 먹쇠더러 천 5백 세구 나서또 천5백 셀 동안만큼 더 자라고
일러줘. (퇴장하며) 꽃분아 ! 꽃분아 !
  ( 무대 뒤에서멀어져가며 계속 부른다)
  [엄마] (그 소리를 멍하게 한참 듣고 있다가 불쑥) 내아들
  [장] (제 2 경)
  우물가
  같은  태양. 울창한  나무 한  그루.  꽃분이가 물동이를  이고 손에
커다란  궤짝을 들고  나온다.  무대  가운데 그  궤짝을  놓자 궤짝은
우물이 된다. 물동이에 물을 길으며 부르는 꽃분이의 노래.
  [꽃분] 퐁퐁퐁퐁 샘물은
  우리엄마 젖같이
  오줌 싸게 오줌같이
  밤이나 낮이나
  퐁퐁퐁퐁 퐁퐁퐁퐁
  (무대  뒤에서  꽃분이를   부르는  소리가  가까와지다니  오장군이
등장해서 꽃분이 앞에 선다)
  [오장군] (마지막으로 한번 더 크게 길게 ) 꼬옷부운아 !
  [꽃분] 니 목소린 언제 들어도 좋구나.
  [오장군] (다시한번) 꼬옷부운아아 ! (하고 나서) 나 군대 가게됐어.
  [꽃분] (멍해진다. 한참 침묵)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오장군] 뭐가 ? --- 아아, 죽는 거지.
  [페이지] 013
  [꽃분] (대꾸할 말이 얼른 안 떠오른다) 군대간다구 다 죽나 뭐.
  [오장군] 다  죽었잖아. 돌쇠, 북쇠, 감돌이,  팔월이, 맹숭이, 칠보
---
  [꽃분]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오장군] 울어도 소용없어.
  [꽃분] (뚝 그쳤다가 다시 울더니 뚝 그치고) 언제 가는거야 ?
  [오장군] 내일아침.
  [꽃분] 내일아침 ?
  (멍에진다)
  [오장군] 난 아마 대포알에 맞아서 죽을 거야.
  [꽃분] 만약에, 만약에 죽는다면 난 ---
  [오장군] 딴 총각에게 시집가야지 뭐.
  (멀리서 숫소 암소가 서로 부르는 소리)
  [꽃분] 장군아. 저리가자.
  [오장군] 어디 ?
  [꽃분] 저나무 뒤, 지금 결혼하자.
  [오장군] 미쳤니 너 !
  (장군의 손을 잡고 나무 뒤로) ---
  (요란스러운 까치소리. 얼굴을  돌리는 태양. 종달새. 나무가 허리를
굽히며 그들을 가려준다. 이윽고 두사람 나온다. 허리를 펴는 나무.)
  [오장군]  (등을  긁으면서  ---)개미한테  물렸나봐  ---  난  그만
가봐야겠어. 군대 가기 전에 감자밭을 더갈아야 해. 그래야 나 없는 새
엄마가 덜 고생할 것 아냐.
  [꽃분]  ---
  (끄덕)
  [오장군] (가다말고 ) 아들일까, 딸일까 ?
  [꽃분] ---
  [페이지] 014
  [오장군] 쌍둥일 낳아줘, 아들하구 딸하구 ---
  (퇴장)
  [꽃분] (멍해 있다가 불쑥 ) 내 남편.
  [장] (제 3 경)
  훈련장
  어둠  속에서  행진하는 군화소리.  소위  군대식의  힐책하는 소리.
(개새끼) (밥통)  (걸레) (앞으로 가) (뒤로  가) (경례) (눈을 똑바로
떠라)  등등 하사관의  왜가리  같은 소리.  그중에서도  (번호 !)하는
소리가 한결 크다. (하나, 둘, 셋, 다섯) (다시) (하낫, 둘, 셋, 다섯)
(다시) 할 때 무대가 밝아진다.
  철조망이  비스듬이  세로   지나가고  있다.  그  앞에  육군이등병
오장군과 분대원이  횡대로 서서  번호를 부르고  있는 중이다. 오장군
이등병이 또 틀렸다.
  [조교] 야, 너 이리 나와 --- 너 샘셀줄 모르나 ?
  [오장군] 압니다.
  [조교] 세어봐.
  [오장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
  [조교] 그만.  들어가.
  [오장군] 엣.
  [조교] 밥통 같은자식.
  [오장군] (대열에 끼어들며 ) 옛
  [훈련병들] (웃는다)
  [페이지] 015
  [조교] 웃지맛, 번호 !
  또 오장군이 태연하게 '다섯 !'
  [장] (제 4 경)
  어둠 속에서 교관의 목소리가 들린다. 교관은 줄곧 무대 밖에 있다.
  [교관] (목소리만) 이상으로 야간침투 방법에 대한 강의를 마치겠다.
죠교 !  라이트 !  (무대가 밝아진다.  철조망 뒤에  기관총좌가 있다)
저기관총좌가   목표다.   목표에   이르기까지   세가지의   장애물이
있으리라고  예상해야  한다.   첫째,  지뢰가  묻혀있을  가능성이다.
다행하게도 지뢰를 피했다고 하자. 둘째, 철조망이다. 철조망에는 으레
경보장치가 돼  있는 법이다.  다행하게도 철조망까지  넘었다고 하자.
셋째, 적의  눈이다. 다행하게도  적의 눈까지  피했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가장완벽한  침투 성공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선 이런 행운이
있을수 없다.  대부분의 침투기도는  조만간 적에게  노출된 채 맹렬한
사격과 폭발하는  지뢰와 철조망의 저항을  받으면서 강행되는 것이다.
그럼  1분대부터   침투훈련을  실시한다.   침투도중에  모의  지뢰가
폭발하며, 실제로  기관총 사격을  한다. 그러나  기관총탄은 지상에서
1메타  50위를 나른다.  조교는 기관총탄도의  높이를 보여  줄 준비를
하라 ! (조교 2명이  기관총좌 앞에 엎드려서 나무판대기를 든다) 사격
!  (기관총좌가 불을  뿜자  두개의 나무판대기가  1메타  50 높이에서
순식간에 부러진다) 라이틀  꺼 ! (무대가 어두워지자) 1분대부터 전진
! (어둠속에서 기관총성.
  [페이지] 016
지뢰 폭발음.  이윽고) 빨리  빨리 전진해라  ! ---  야 저기 꼼작않고
있는 놈이  누구야 ! 야아  임마 ! 뭘  하고 있어 !  --- 조교라이트 !
(머리를 쳐박고  와들와들 떨고  있는 오장군  이등병이 보인다.) 조교
저놈이 누구야 ? 뭐 포장군  ? 아 오장군 . 오장군 ! 너 거기서 뭘하고
있는 거야 ? 사격중지 ! 조교 가봐 !
  (조교 2명이 달려나와서 오장군 이등병을 내려다 본다.)
  [조교 A ] 임마 !
  [조교 B ] 이쌔끼야 !
  [교관]  발길로  차봐. (조교A친다.  조교B친다.  무반응.  A, B교관
목소리 나는 방향을 향하여 명령을 기다린다) 한번 더 차봐 !
  (조교 A B 다시 한번씩 찬다. 무반응. 명령을 기다린다.) 죽었나 ?
  [조교AB] (함께) 살았읍니닷.
  [교관] 걸레 같은 놈 ! 끄집어내 !
  (오장군   이등병,  눈을   부릅뜬  채   와들와들   떨며  하반신이
마비되었는지 서지도 못하는 채 끌려 나간다)
  [교관] 라이트를 꺼 ! 훈련을 계속한다. 사격개시 ! 이분대 전진하라
!
  (기관총성이 한참 계속된다)
  [장] (제 5 경)
  의무실
  청진기를  목에  건 군의관.  학생티가  가시지  않은  애숭이 이턴.
꽃분이를 닮은 간호장교
  [페이지] 017
  [군의관] 자네 인턴으로 몇개월째 근무지 ?
  [인턴] 일주일쨉니다.
  [군의관] 먼저 병사들의 꾀병을 판별하는 요령을 배워야 한 다.
  [인턴] 예.
  (오장군 이등병이 조교 A B에 부축되어 들어온다.)
  [군의관] (인턴에게 눈짓하고 나서) 거기 앉혀.
  [조교] 앉지 못합니다.
  [군의관] 엉뎅이를 다쳤나 ?
  [조교 B] 아닙니다.
  [군의관] 그럼 ?
  <<[조교A] 훈련도중에 갑자기---
  [군의관] 무골충이 됐단 말이지 ?
  [조교A] 엣 >>
  [군의관] 내가  앉히지. (뚜벅뚜벅 걸어가서  위협적인 어조로) 당장
앉지 않으면  너의 엉뎅일  없애버릴 테다. !  (조교 A  B에게) 앉혀 !
(조교  A B  오장군을  앉힌다. 조교  A B  신기하다.  다시 인턴에게)
노오트  !  (오장군  목을  무례하게  만지더니  인식표를  끄집어내서
읽는다)  군번  024378596.  성명  오장군.  계급  이등병,  전직농부,
교육정도 고등학교  문맹퇴치반에 의하여 동기  방학때마다 3년간 글을
배웠음.
  [인턴] 물어보시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사실을 ---
  [군의관] 경험은  최선의 교사다. --- 카아라일.  노오트 ! 일상질문
---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라.
  [조교A] 침투훈련이 시작되었읍니다.
  [조교B] 1분대가 전진했읍니다.
  [조교A] 적에게 노출되었읍니다.
  [조교B] 기관총 사격. 탄도는 1메타 50센치 높이.
  [페이지] 018
  [조교A] 모의지뢰폭발.
  [조교B] 1분대는 계속 전진
  [군의관] 알았네. 이놈만은 전진을 못하더란 말이지 ?
  [조교AB] (함께) 예.
  [군의관] 노트  ! 진단--- 지뢰 폭발음과  기관총성으로 인한 정신적
혼란 및  무능력상태. (끝났다는  몸짓을 하며  담배를 꺼낸다) 처치는
--- (불을  붙이며) 훈련을  계속 시킬것.  자주 놀라게  할것. 놀라지
않을 때까지 --- (간호장교에게 ) 에피드린 2 CC
  [간호장교] (주사를 놓는다)
  [오장군] (간호장교를 빤히 쳐다보다가 ) 꽃분아아 !
  (하면서 잠에 빠진다)
  [군의관] 눕혀 !
  [조교] (바닥에 눕힌다)
  [인턴] 꽃분이라고 했죠 ?
  [군의관] 씨스터 콤플렉스야. 누이 이름이겠지.
  (납득하는  인턴. 코를  고는   오장군  이등병 모두들  잠시 오장군
이등병의 꼴을 내려다보고 있다.)
  [군의관] 농부가 틀림없지 ?
  [인턴] (끄덕)
  (모두들  다시  오장군  이등병을  내려다본다.  무대가  어두워지며
오장군  이등병만  남는다.  멀리서  먹쇠가  뫼에  뫼에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페이지] 019
  [오장군] (자면서) 꽃분아 꽃분아 !
  (어느새 꽃분이가 옆에 와 있다)
  [꽃분] 어머나, 너두 이제 제법 군인답구나.
  [오장군] (줄곧 누워서 눈을  감은 채) 나두 다른 군안들처럼 무섭게
보여 ?
  [꽃분] 응, 총도 쏴봤니 ?
  [오장군]  그럼, 오늘은  하마터면  내가 쏜  총알에  내가 맞아죽을
뻔했단다. 오발을 했거든.
  [꽃분] 어머나 !
  [오장군] 내가 보낸 편지 몇번 받았니 ?
  [꽃분] 열한번.
  [오장군] 열두번째는 내 머리속에 있다. 읽어줄까 ?
  [꽃분] 그만둬. 받는 쪽이 더 기쁘단다.
  [오장군] 매일 저녁 꽃분이 꿈을 꾼다.
  [꽃분] 같이 자는 꿈 ?
  [오장군] 너는 ?
  [꽃분] 나두야.
  [오장군]  어젯밤엔  꽃분이와  나와  나란히  오줌을 쐈단다.  너는
앉아서 쏘구 나는 서서 쏘구.
  [꽃분] 호호
  [오장군] 히히 --- (누운 채 이리저리 뒤채면서 웃는다. 한참 웃더니
뚝 그치고 쿨쿨 자다가 ) 참 우리들의 아인 아직두 소식없니 ?
  [꽃분] 며칠 전부터 좀 이상한 것 같애.
  [페이지] 020
  [오장군] 어떻게 ?
  [꽃분] 밥맛이 없구, 나른하구 ---
  [오장군] 또 ?
  [꽃분] 뭔가 아랫배에서 자라고 있는 것 같애.
  [오장군] 틀림없다. 너와  내가 만든 아이다. 쌍둥이다. 아랫배를 잘
간수해라. 이불도 꼭꼭 덮어주구.
  [꽃분] 그래 조심할께.  (아랫배에 치마를 겹으로 두르고 나서) 그럼
간다.
  [오장군] 잘가. (하며 스르르  알어난다. 한참 서 있다가 불쑥) 나의
아내 !
  (스르르 무너지더니 다시 쿨쿨잔다)
  [장] (제 6 경)
  훈련장
  인사장교만이 라이트 속에있다.
  [인사장교]  (여성적)  전   훈련소  본부  인사장교입니다.  오장군
이등병의  훈련연대는 오늘  오전으로 소정의  훈련과정을 마쳤읍니다.
기간중 오장군의 훈련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차아트를 넘기며)
  사격술 0점
  화기 분해법 0점
  분대전술 0점
  내무생활 2점
  상벌사항, 기간중 수상한 적은 없고 두번의 징계처 분을
  [페이지] 021
받았읍니다. 첫번째 징계처분은중노동  2일간. 이것은 오장군 이등병이
장군  전용변소를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훈련소장  각하께서는 이날
오장군  이등병  때문에  30분간  변소밖에서 대기하셨읍니다.  오장군
이등병은   이날   변소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읍니다. 두번째 징계처분은 경영창 3일간. 야간 수색훈련 도중에
무단이탈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밤  1개훈련연대가  훈련을중단하고
오장군  이등병의  행방을  수색했읍니다.  3시간후, 훈련장에  인접한
어떤농장에서 젖소와 함께 자고 있는 오장군 이등병이 발견되었읍니다.
오장군  이등병의 훈련연대는  내일 08시  30분  제 5야전군산하부대에
수송됩니다.  훈련소에서는  이들  신병들이  일선에 수송되기에  앞서
손톱과  머리카락을 받아둬야  합니다. 이것은  전사자의  시체를 찾지
못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조칩니다.
(무대가 밝아진다.  인사장교 뒤에  오장군 이등병을  비롯한 신병들이
커다란      가위로      손톱을      깍고      있다.     <<      >>
<<오장군이등병은발톱을간고있다.>>)
  [인사장교] 빨리 깎아 주세요.
  [병사들] (제창) 예.
  [병사A] 이럴 줄 알았더라면 손톱을 길러둘 걸 그랬어.
  [병사B] 내가 전사하면 아내와 아들녀석은 내 이 때묻은 손톱에 대고
절을 하겠군.
  [병사C] 때를 닦으렴, 나처럼.
  [병사B] 그럴까.
  (침을 묻혀 닦는다)
  [인사장교] 오장군 이등병  ! 손톱을 깎으라고 했지 발톱을 깎으라는
말은 안했어요.
  [페이지] 022
  [오장군] 손톱도 깎았읍니다.
  [병사B] 너 발톱도 절을 받게 할 작정이냐 ?
  [병사A] 이왕임 나도 발톱을 깎아야겠다.
  [병사C] 나두 그래야겠는걸.
  [병사B] 나두.
  (모두 쭈그리고  발톱을 깎는다.  어느새 이들은  말이 없다.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장] (제 7경)
  감자밭이 있는 들판
  그  밭과  나무와 태양.  엄마가  먹쇠를  몰며  밭갈이를 하고있다.
태양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엄마] 먹쇠야, 좀 천천히 가다우. 난 장군하군 다르지 않니 ---
  [먹쇠] 뫼에
  (천천히 천천히)
  (한참  침묵, 밭갈이는  계속된다. 엄마가  걸음에  맞춰 무의식중에
한숨섞인   노동요  가락을   구슬프게  흥얼거린다.   처음  한동안은
콧노래로만 흥얼댄다.
  [엄마] (슬프다 슬프게) 장군아 장군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
  [먹쇠] (마치  박자를 맞추듯 슬프게)  뫼에 --- 뫼에  --- 뫼에 ---
뫼에 ---
  (인간과 소의 합창은 마치 상여를 메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 (가락을 붙여서) 아이구 허리야 .
  (하며 주저앉는다)
  [먹쇠] (역시 가락을  붙이며) 메에
  (주저 앉는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편대 비행음. 꽃분이 등장.)
  [페이지] 023
  [꽃분] 어머님 !
  [엄마] 오냐, 또 편질 받았는 게로구나.
  [꽃분]  네에.  읽어  드릴께요.  (읽는다)  열두번째 편지,  모두들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엄마] 녀석, 우리들 걱정은 하지말라니까.
  [꽃분] 글쎄 말예요. '어제밤에도 고향꿈을 꿨단다'
  [엄마]] 그렇게 자주 꿈을 꾸면 잠은 언제 자는지 ---
  [꽃분] 글쎄 말예요. '어머님은 아직도 밭갈이하시고 계시더라.'
  [엄마] 그래 << >><<네>>녀석이 있더라면 벌써 끝냈으련만 ---
  [꽃분] '그리구 꽃분이는  우리들의 아이를 배었다면서 배가 퉁 튀어
나왔더라' 어마머 !
  [엄마]  미친  녀석  !  군대에  가면  개꿈꾸는 버릇이  고쳐질  줄
알았더니 --- 어서 다음을 읽어다오.
  [꽃분] 네.  '꽃분이가 정말  우리들의 아일  배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인석아, 너 정말 실성한 거아니야 !
  [꽃분] ---
  [엄마] 꽃분이는아이가 어떻게 해야만 생기는지 알 테지 ?
  [꽃분] 어머님두!
  [엄마] 그래 아이란  그렇게 해야만 생기는 거란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안생기는 법이다, 옛날 옛적부터. 어서 다음을 읽어다우.
  [꽃분]'여기 외무실에 꼭 꽃분이를 닮은 간호장교님이 계신다'
  [엄마] 개눈엔 똥밖에 안 보인다드니 ---
  [페이지] 024
  [꽃분]  호호호 ---  '며칠내로 일선에  나가리라는소문이다. 오늘은
이만. 지금부터 불침번이다'
  [엄마] 다아냐 ?
  [꽃분] 네.
  [엄마] 꽃분아, 그 편지 내게 주련 ?
  [꽃분] 그러세요. 하지만 ---
  [엄마] 읽지도 못하면서 가져서 어쩌겠느냐는 거냐 ?
  [꽃분] ---
  [엄마] 내 그냥 허리춤에 끼고 있다가 낼 줄께. 괜찮지 ?
  [꽃분] 그럼요.
  (잠깐사이)
  [엄마] 며칠내로 일선에 나간다고 했지 ?
  [꽃분] 네.
  [엄마] 일선에 나간다고 다 죽는 건 아니겠지 ?
  [꽃분] 그럼요.
  [엄마] 물론 죽는 사람도 많겠지 ?
  [꽃분] ---
  (잠깐사이)
  [엄마] 전쟁이 끝날 날은 아직도 멀었다더냐 ?
  [꽃분] 글쎄요.
  [엄링마] 언제고 끝나긴 끝나겠지 ?
  [꽃분] 그럼요.
  (잠깐사이)
  [엄마] 오늘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꽃분] 뭐가요?
  [엄마] 전쟁이 끝나는날이 말이다.
  (잠깐사이. 비행기 편대음)
  [페이지] 025
  [엄마] 요샌 비행기도 더 자주 다니는 것 같지 ?
  [꽃분] 예.
  (하늘을  덮어버리듯 하는편대음.  엄마는  편지를  만지며 꽃분이는
배를  만지며 하늘을  쳐다본다. 한참  ---.  엄마가 눈에  손을 댄다.
꽃분이도  눈에  손을 댄다.  꽃분이는  그  자세로  천천히 퇴장한다.
먹쇠가 엄마에게  다가와 회초리를  받아들고 맥없이  일어나 밭갈이를
시작. 판토마임.  엄마가 기진맥진해서 서서히  졸음에 빠진다. 드디어
고삐를 쥔  채 스르르  무너진다. 먹쇠의 전진은  잠시 계속된다. 엄마
손에서 고삐가  빠져 나간다.  엄마는그자리에서 잠에  빠진다. 먹쇠는
한참만에야  엄마가  자고 있는것을  발견한다.  먹쇠,  살금살금 엄마
옆으로 와서 한참 들여다보더니,  관객을 보고 슬프디 슬프게 뫼에 ---
그 바람에  엄마가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먹쇠,  황급히 뫼에 소리를
그치고 엄마를 눕히고  나서 손으로 또딱거리며 재운다. 그러나 먹쇠의
거친  또닥거림  때문에  오히려  엄마가  또  깨어난다.  먹쇠,  매우
조심스럽게  또닥거려주며  다시 잠에  들게  하고는  관객석을 향하여
소리는 안내고  뫼에 ---. 먹쇠, 혼자서  다시 밭갈이를 하며 낮게낮게
밭갈이요 가락을 붙여서 뫼에뫼에)
  [엄마] (누워서크게 크게 길게길게 한숨 ---)
  (엄마의 한숨이  두세번 반복되는 동안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엄마만
조명을   받는다.  꿈이다.   오장군이  나타난다.   한참동안  엄마를
내려다보고 섰다)
  [오장군] --- 엄마 --- 엄마 ---
  [페이지] 026
  [엄마] (천천히 일어나며) 넌 꼭 꿈에만 나타나는구나.
  [오장군] 엄마도 꿈에만 날 찾아오면서 ---
  [엄마] 한번쯤 생시에 찾아올 수도 있잖니.
  [오장군]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군대에선  휴가증이나 외출증
없인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니까. 꿈속에서만 아무 증명서 없이 다닐
수 있단 말이야.
  [엄마] 짜증은 내지 말구 --- 저녁은 먹었니 ?
  [오장군] 지금은  대낮이란 말이야.  엄마는 지금  대낮에 꿈을 꾸고
있단 말이야.
  [엄마] 참 그렇지.
  [오장군] (유심히 보고) 엄마, 그동안 많이 늙었구나.
  [엄마] 니가 떠난 후로는 하루가 1년이란다.
  [오장군] 오래 살아야 해. 엄마
  [엄마] 니가  돌아 올  때까지만이라도 살아야  할 텐데  --- 하지만
장군아,  난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더  많단다.  내가 일찍
죽는만큼 네가 더 오래 살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구 말이야.
  [오장군]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딨어.
  [엄마]   하늘님,  정말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죽겠소이다.
  [오장군] 하늘님이 그따위 부탁 들어줄 것 같애 ?
  [먹쇠] (소리만) 뫼에.
  [오장군] 이크, 또 집합이구나. 엄마 잘있어.
  [엄마] 아니 왜 갑자기 가겠다는거냐 ?
  [페이지] 027
  [오장군] 방금 고함소리가 들렸죠 ? 그거 집합하라는 소리야.
  [엄마]  인석아,  그건   먹쇠가  우는소리였어.  (하는데  또  먹쇠
울음소리) 봐, 먹쇠 울음소리잖니 ?
  [오장군] 아아  --- 난 큰 소리만  들리분 모두 집합하라는 명령인것
같아서 말이야, 하히히 --- 어차피 이젠 돌아가야해요. 엄마, 잘있어.
  [엄마] 애애, 꿈속에서까지 뭘 그렇게 서두르니, 천천히 가려마.
  [오장군] 안돼요, 군인에겐 한가하게 애기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엄마] 아유, 애 애 ---
  (눈을 감은  채 오장군이 사라진 쪽으로  손을 내밀고 한참 서있다가
스르르 무너져서  잔다. 잠에  빠진 채  흐느껴 운다.  무대 밝아진다.
집배원 B가 등장한다. 역시키다리다.)
  << >><<[집배원B] 할머니. 할머니.
  [엄마] (깨어나서 집배원을  본다. 이내 무관심해지며 꿈속에서 울던
울음을 계속한다.
  [집배원B] 할머니 --- 할머니 ---
  [엄마] (비로소 정신이 들며 집배원을 본다)>>
  [집배원B] 오장군씨 어머님 이시죠 ? 우체국에서 왔읍니다.
  [엄마] 아유, 우리아들한테서 편지가 왔구먼.
  [집배원B] 아닙니다. 아드님에게 편지가 왔읍니다.
  [엄마] 아들에게요 ?  아니 누구한테설까 ? 난  글을 모르니 좀 읽어
주시겠수 ?
  [집배원B]  그러죠.  징집영장.  제일국민역  오장군  귀하.  병역법
몇조에 의하여 현역으로 징집한다.  몇년 몇월 며칠 몇시까지 제 5지구
장정집결지에  출두하라.  불응시는  병역법  몇조에 의하여  종신형에
처함. 서기 몇천 몇백몇십 몇년 몇월 며칠. 제5지구모병 사령관. 서명.
  [페이지] 028
  [엄마] 어디서 들은적이 있는 것 같은 소리오만.
  [집배원B] 쉽게 말해서 아드님을 군대로 뽑아 간다는 통집니다.
  [엄마] 어쩐지 --- 댁에선 한발 늦었수.
  [집배원B] 늦었다뇨 ?
  [엄마]  댁보다 보름이나  먼저 그런  편지를 우리  아들에게 전하구
가신 나으리가 있었단 말이우.
  [집배원B] 예 ?
  [엄마]  혹시  우리 아들이  아직도  훈련소로  안갔을까봐  또 그런
편지를 보냈는지 모르겠소만, 갠 벌써 훈련소로 간 지가 보름이나 됐단
말이우.
  [집배원B] 그럴리가 ? 아니 그게 정말이십니까 ?
  [엄마] (허리춤에서 편지를 꺼낸다) 못 믿겠으면 이걸 보시우.
  [집배원B]  (급히  읽는다) '열두번째  편지.  (이하  간간이 소리를
내며) 모두들  안녕히 ---  어젯밤에도 고향꿈을  --- 어머님은 아직도
밭갈이  --- 꽃분이가  우리의  아이를  --- 배가  퉁  튀어나  와 ---
지금부터 불침번이다.'
  (할머니와 편질 번갈아 보다가 편지를 돌려준다)
  [장] 제 8 경
  관료지대
  무대에 3각형을 이루며  서있는 관료 A,B,C 어머니와 꽃분이가 A앞에
서있다. A,B,C 모두 무표정한 관료적 포오즈.
  [페이지] 029
  [관료A] 이런착오의 원인은 오장군이란 이름을 가진 장정이 한동네에
두 사람이나 있었다는 데에 있읍니다.
  [엄마] 하지만 얼굴은 영 다르지 않습니까요.
  [꽃분]  제  약혼자는  황소처럼  몸집이  트고, 오부자님네  아들은
사슴처럼 날씬한걸요.
  [관료A]   우리는   징집영장을    잘못   전달한   집배원을   즉시
파면했읍니다.   동시에   제   5   지구   모병사령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읍니다.  그러나  이  착오에  대해선  오장군씨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꽃분] 무슨 책임이죠 ?
  [관료A] 그는 왜 남의 징집영장을 받습니까 ?
  [엄마] 그야 주니까 받았읍죠.
  [관료A]  징집영장 뒷면엔  생년월일이  적혀있읍니다.  19몇년 몇월
며칠이라고,  이것은  오부자  아들인  오장군씨의 생년월일이지  댁의
아드님인 오장군씨의 생년월일이 아닙니다.
  [엄마] 나으리들께서 아들의 생일을 잘 못 적은줄로만 알았읍죠.
  [관료A]  지번조  적혀  있었읍니다.  123번지는  오부자네  번지고,
할머니네 번지는 124번집니다.
  [엄마] 언제부터요 ?
  [관료A] --- (잠시 침묵)  --- 아가씨, 할머닐 모시구 모병 사령부에
가 보십시오. 소개장을  써 드리겠읍니다. (메모지를 꺼내서 몇자 적고
봉투에 넣어 건넨다.  엄마와 꽃분이는 B에게로 옮겨간다.) 오장군이란
이름의 어디가 좋아서 두놈이나 그 이름을 쓴단 말인가.
  [페이지] 030
  [관료B]   우리   모병  사령부가   발부한   두   개의  징집영장은
완전무결했읍니다. 우체국에서 그런 애기를 안하던가요 ?
  [꽃분] 우체국에선  여길 가보라고  하셨어요. 여기서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구.
  [관료B] 우리 모병 사령부로선 즉시 군에 잘못 입대한 댁의 아들에게
징집영장을  반환하도록 요구하는  문서를 발송했읍니다.  그것은 댁의
아드님인     오장군씨가    아닌     다른오장군씨에게    전달되어야
할영장이니까요.
  [엄마] 그럼 그 여장과 함께 내 아들도 돌아 오겠군요.
  [관료B]  글쎄요.   육군  당국에   소개장을  써드리죠.  (할머니와
꽃분이가 C에게  옮기는 동안)  우리로선 오장군이란  이름을 세사람이
나누어 가졌더라도 상관없어. 생년월일과 지번을 정확하게 기입만 하면
되는 거야 .
  [관료C]  육군 당국은  이런 착오에  대비하기  위해 징정집결지에서
인적사항을    재확인합니다.     조사에    의하면    오장군이등병은
장정집결제에서 생년월일과  주소번지를 확인했을  때 한마디의 부인도
하지 않았읍니다.
  [엄마] (신경질적으로)  내 아들은  남이 물으면  무턱대고 예예하는
버릇이 있답니다. 원체 순해빠져서요.
  [관료C] 우리 육군 당국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인정하시는 거죠 ?
  [꽃분] 우린 다만 그이를 되돌려 주시길원할 뿐이에요.
  [관료C] 알았읍니다.  하지만 남  대신 육군에  입대하였다는 사실과
일단 군번을  받아 육군 이등병이라는 사실과는  전연 별개의 문제임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오장군씨가
  [페이지] 031
남의  영장으로  입대하였아면  그는  당연히  육군에서  추방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행육군  규정에는  군번을 받은  병사를  남 대신에
입대하였다는  이유로  제대시키는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곧  새로운 육군 규정을 제정하여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육군
규정을 제정하기  위해선 시일이  필요합니다. 전시라  모두 바쁩니다.
육군규정  제정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제네랄
최를 아시죠 ? 제네랄 최를  모르세요 ! 우리 동쪽 나라의 가장 뛰어난
군사전략갑니다. 그분은, 어제  저녁 며느님이 쌍동일 낳았다는 전보를
받고도 너무  바빠서 절반  밖에 읽지를  못했읍니다. 그래서 나머지는
제가 읽어 드렸읍니다. 하하하  --- (뚝 그치고) 참, 그 문제는 아뭏든
최선을 다해서 신속히 처리하겠읍니다.
  [꽃분] 며칠 전에 편지가 왔는데 곧 일선으로 배치 될거라더군요.
  [엄마] 훈련소로 간 지 보름밖에 안됐은 데두요.
  [관료C]   일선에서    사상자들이   예상외로    급증하기   때문에
신병훈련기간은 부득이 단축됐읍니다.
  [꽃분] 일선으로 가기 전에 처리해주세요.
  [관료C] 최선을 다하겠읍니다.
  [엄마] 오오, 장군아 운수 나쁜 장군아, 내 아들아.
  (꽃분, 엄마를 한손으로 감  싼다. 한손으로는 자기 배에 손을 댄다.
엄마를 부축하며 천천히 퇴장.)
  [관료C] 오장군. 다섯개의장군. 파이브 스타아.
  (자기 계급장에 손을 대본다.)
  [페이지] 032
  [장] (제 9 경)
  일선으로 가는 길
  (위장한  장갑차에  앉아  흔들리고  있나는  병사들. 길이  험하다.
언덕내리막. 시궁창. 자갈길. 병사들은 흔들리며 몰리며 한다)
  [병사A] 운전수 ! 운전수 !
  [운전병] 운전병이라고 불러 !
  [병사A] 운전병 !
  [운전병] 님을 붙여 ! 난 일등병이다.
  [병사A] 운전병님 !
  [운전병] 왜 ?
  [병사A] 좀 얌전히 몰아줄 수 없읍니까 ?
  [운전병] --- (더 거칠게 운전) ---
  (잠시 침묵)
  [병사A] 오장육부가 다 뒤집혔다.
  [병사B] 엉뎅이가 다 문들어쟀다.
  [병사C] 머리속에 자갈이 들어찬 것 깥다.
  (잠시 침묵)
  [오장군] (졸고 있다가) 소잔등이 젤 편하지.
  (잠시 침묵)
  [운전병] (차를 급정거 시키고) 모두 내려서 오줌을 싸라.
  (병사들 모두 내린다)
  [병사A] 아직 멀었읍니까 ?
  [운전병] 20킬로 남았다.
  [병사B] 어, 오줌이 샛노랗네.
  [페이지] 033
  [병사C] 나두 !
  (병사들 거기를 내려다보며 갖가지 포즈로 오줌을 눈다)
  [운전병] 천천히  한방울도 남기지 말고  쏴버려. 최일선에 도착해서
너무 놀라갖구 바지에 흘리지 않도록 ---
  (사이, 멀리 포성)
  [병사A] 어, 포소리가 들린다.
  (병사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점점 커지는 포소리.)
  [장] (제 10 경)
  동쪽나라 사령관실
  (커다란 상황지도. 그 앞에서 정보참모가 브르핑중이다.)
  [정보참모] 또한공중정찰에 의하여 적의 포병부대들이 일제히 10킬로
이상   전방으로  이동하였음을   확인하였을  뿐   아니라,  방어진지
구축작업을    중단하고   연일    침투훈련만을    계속하고   있음을
확인했읍니다. 이상의 여러  정보자료를 종합 판단 컨데 1-적은 아군이
공세를 취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이 확실하며, 2-적은 일주일
내에 우리를 공격할 것이  확실하며, 3-적이 공격할 시, 그 주공방향은
아군 제4군단전면임이 확실합니다.
  [사령관]   으음,  제   4군단   담당지역이야말로   우리들의  최대
취약지역임을적이 알고 있다니.
  [정보참모] ---
  [페이지] 034
  [사령관]  정보참모, 귀관의  정보보고에서는 적의  사령관이 나보다
훨씬 유능한 정보참모를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이 빠져 있다.
  [정보참모] ---
  [사령관] 작전참모
  [작전참모] 네
  [사령관] (나가서 설명하라고 턱으로 지시)
  [작전참모] 정보참모의 정보  판단대로 적이 반격작전을 감행할 것이
확실하다면 아군은 B선으로  철수한 것을 건의합니다. B선 에서라면 그
유리한  지형상의  이점이  우세한  적의  전력을  상쇄시켜  주리라고
판단합니다.
  [사령관]  현  진출선에서 방어작전을  펼  때  아군의  손실은 어느
정도로 것으로 예상하는가.
  [작전참모] 2개사단이 소모될 것입니다.
  [사령관] B선에서 현 위치까지 진출하는데 1개사단 병력이 소모됐다.
우리가  B선으로  철수했다가   다시  현  위치까지  진출하려면또다시
1개사단이  소모될   것이다.  게다가   B선에서  방어를   한대도  또
1개사단은소모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현  위치에서 2개  사단을
소모하길 원한다.  
  [작전참모]  하지만 B선에서  방어하면진출선에서 보다  훨씬더 적의
손실을 극대화시킬수 있는 이점이 있읍니다.
  [페이지] 035
  [사령관]  난 한번도  전선에서  후퇴한  적이 없다.  아니  꼭 한번
있었군. 지난번  어깨를 부상당했을  때 ---  (어깨를 들썩이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놈의 어깨  상처는 꼭  암캐의꼬리 같단  말이야. 자기
이름을  부르기가 무섭게  요사를  떨거든 ---  (단호하게)  현 전선을
고수한다. 지금부터 각급  지휘관에게 후퇴하는 장병은 즉결처분 할 수
있는궐리을  부여한다. 1주  일  후면  우리 야전군  산하에  2개 신설
보병사단과 1개 기병연대 그리고 1개 중포병여단이 추가된다. 그때까지
우리는  현  위치에서  적의  공격을  견디다가 반격전으로  전환한다.
정보참모만 남고  해산. (참모들  나간다.  긴사이) 적이 공격적인으로
나오면 우린 일거에 유린당할 거야. 그렇지 ?
  [정보참모] ---
  [사령관] 따라서 내 결심은 아주 무모해. 그렇지 ?
  [정보참모] ---
  [사령관] 전쟁은  도박이야. 난 지금 도박을  하려는 거야. 도박에선
끗발이 높다구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야.  새끗밖에 안쥔놈이 팔땅 쥔
놈의 기를 죽이는 수가 있지.
  (지그시 본다)
  [정보참모] 사령관각하께선 역정보 공작을 암시하고 계십니까 ?
  [사령관]  맞았네. 적이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도록 역정보공작을
해서 적으러하여금  공격 계획을  포기하게 하는  거다. 나는 이역정보
공작의 성공을 전제로 하고 현전선을 고수하겠다고 결심했던 거야.
  [페이지] 036
  [정보참모] 하지만역정보 공작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
  [사령관] 도박꾼들은 늘 성공하는 쪽에다가만 자신을 걸지. 더욱이나
이도박은 밑져야 본전이야.
  [정보참모] ---
  [사령관] --- 유능한 정보장교로 하여금 적에게 자연스럽게 붙잡히고
저들이 포로  심문을 할  때 그럴 뜻한  거짓정보를 늘어놓게끔 공작을
꾸미게.
  [정보참모] 알았읍니다.
  [사령관] (어깨를 만지면서 턱으로 나가라고 한다)
  [정보참모] (나간다)
  [사령관] 전속부관 !
  (전속부관이 들어온다)
  [사령관] 내 어깨를 주무러줄 병사를 골라봤나 ?
  [전속부관] 예. 오늘 도착한 신병 가운데에 고릴라처럼 힘이 센 놈이
있었읍니다.
  [사령관] 그래 ? 어서 들여보내게.
  [전속부관] 예.
  (나간다)
  [사령관] (어깨를 주무르며 의자에 앉는다)
  (오장군 나타난다. 너무 긴장해서 마치 뻗장다리처럼 걷는다)
  [오장군]  (사령관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우뚝  서더니 번개같이
손을  올리고  소리를  질러댄다)  육군  이등병 오장군  사령관각하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려 왔읍니다.
  (목소리가 갈라져서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페이지] 037
  [사령관] 음. 이름이 뭐랬지 ?
  [오장군] 오장군 입니다.
  [사령관] 오장군 ?
  [오장군] 옛 !
  [사령관] 음. 오장군이라 ?
  [오장군] (오해하고) 옛 !
  [사령관]  ---  (싱긋 웃고)  이제부턴  큰소리  지르지  않아도 돼.
(어깨를 손짓하며) 부탁하네.
  [오장군] 옛.
  (뻗장다리 걸음걸이로 사령관 뒤로 가서 주무르기 시작한다)
  [사령관]  (대번에 신음소리를  낸다. 오장군의  손 기운이  너무 센
것이다) 으음 --- 고향이 어딘가 ?
  [오장군] 까치골 입니다.
  [사령관] 가족은 ?
  [오장군] 엄마뿐입니다.
  [사령관] 보고 싶겠군.
  [오장군] 옛
  (코를 쿨쩍 들이 마신다. 엄마 생각이 왈칵 난 것이다)
  [사령관] 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셨나 ?
  [오장군] 제가 세상에 태어난 지 1년하구 닷새만 입니다.
  (또 코를 쿨적)
  [사령관] 어머님 나이가 ?
  [오장군] 환갑하구 두살 입니다.
  (목소리울먹해진다)
  [사령관] 군인정신이 전혀 안들었군.
  [오장군] 옛
  [사령관] (어처구니없다) 사이.
  [페이지] 038
  [사령관] 군대에 들어온 지가 얼마나 됐지.
  [오장군] 보름하구 나흘쨉니다.
  [사령관] 어떤가, 군대생활을 해보니.
  [오장군] ---
  [사령관] 상관이 질문하면 즉시, 명확하게 대답해야 한다.
  [오장군] 무. 무섭습니다.
  [사령관 ] 뭐가.
  [오장군] 다압니다. 무섭지 않은 것은 하나두 없읍니다.
  [사령관] 겁쟁이군.
  [오장군] 옛.
  [사령관]  (어처구니없다)  ---   너  같은  군인답지  않은  군인은
처음본다. 그만하고 내 앞에서봐.
  [오장군] 옛.
  (사령관 앞으로 가서 선다)
  [사령관] (한참 말없이 본다)
  [오장군]  (부동자세로  잔득 긴장한  채  서있다.  손가락이 긴장을
이기지 못해서까딱거리고 잇다)
  (정보참모가 들어온다)
  [사령관] (오장군에게) 전속부관에게 가있게.
  [오장군] 옛. (고함) 육군 이등병 오장군 용무 마치고 돌아갑니다
  (번개같이 경례를  하고 홱  돌아서 --  너무 급히  돌아서 휘청이며
나간다)
  [정보참모]   (서류를  내밀며)   역정보   공작에   투입할  장교의
인사기록입니다.
  [사령관]  (물리치며)  내가   직접  선발했네.  방금  나간  병사에
대해귀관은 너무 무관심하더군.
  [페이지] 039
  [정보참모] 그 병사를 ---
  [사령관] 영감을 주는 얼굴이야.  그 얼굴을 보는 동안 난 또 하나의
도박을 생각해냈다. 아니,  이건 도박이랄 수도 없지. 아무리 유능하고
강직한  정보장교를  역정보 공작에  투입한다고  해도  위험율은 매우
높다.  적의  정보장교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난  그  병사로 하여금
역정보 공작에 자신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게 해서 적에게
포로가 되도록  만들려는 거야, 그 병사에게  우리 부대의 거짓 상황을
주입시켜서.  이제부터   참모회의  때마다   그  병사는   내  어깨를
주무르면서 나와  함께 브리핑을  받게 된다.  물론 그  브리핑 내용은
모두  거짓이지. 그  거짓  브리핑  내용은 그  병사가  적에게 포로가
되었을 때 고스란히 적에게 제공되는 거야. (정보참모를 지그시 본다)
  [장] (제 11 경)
  동쪽나라 사령관실
  (사령관과 정보참모, 수색중대장이 그들 앞에 서있다.)
  [정보참모] 적은  공격을 앞두고 아군에 대한  보다 광범하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아군 장병을 사로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수색중  대장은 적의  관측소에서 잘  보이는  곳에 그  겁쟁이 병사를
팽개쳐 놓고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거다.
  [중대장] 그곳에 혼자 남겨놓고 오면 도망할 텐데요 ?
  [사령관] 도망하는데도 최소한의용기는 필요하다. 또 다른 질문은 ?
  [페이지] 040
  [중대장] 없읍니다.
  [사령관] 그럼 그  병사를 불러들일 테니까. 시나리오대로 잘해보세.
전속부관, 오장군 이등병을 들여보내.
  [전속부관] 옛
  (밖에서)
  [사령관] 정보참모는 눈에 안 띄는 게 좋겠군.
  [정보참모] 예.
  (즉시 반대방향으로 퇴장한다)
  (오장군이 들어온다)
  [오장군]  육군 이등병  오장군  사령관각하의  어깨를 주물러드리러
왔읍니다.
  (오장군,   여전히  뻗장다리   걸음으로   사령관에게로,  중대장은
오장군을  착잡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오장군은  사령관에게
다가가면서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한다. 준비운동인 것이다.)
  [사령관] 오늘은 잠깐만 주물러도 돼. 너무 힘도 주지 말고.
  [오장군] 예.
  (긴사이)
  [사령관] 오늘 아침두 배부르게 먹었나 ?
  [오장군] 옛. 3인분 먹었읍니다.
  (긴사이)
  [사령관] 어젯밤에도 고향꿈을 꾸었나 ?
  [오장군] 아닙니다.  어젯밤엔 꾸지  못했읍니다. 그대신  오늘 아침
고향에서 온 편지를 받았읍니다.
  [사령관] 음, 기뻤겠군.
  [오장군] (대답  대신 콧소리를  쉬익 낸다  --- 주저하다가) 그런데
각하, 그  편지에 이육군  이등병오장군이, 같은  동네에서는 오부자네
아들인  오장군 대신  군에 잘목  들어왔다고  씌어 있는데  그럴 수가
있읍니까 ?
  [페이지] 041
  [사령관]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오장군] 예. (순하게  수긍하며) 저도 무슨 뜻인지 통모르겠읍니다.
각하.
  (긴사이)
  [사령관]  (수색중 대장에게)  참 수색중  대장,  어제 수색작전에선
몇명이나 잃었지 ?
  [중대장] 전사 5명 부상자 11명 입니다.
  [사령관] 으음.
  (사이)
  [사령관] 오장군 이등병.
  [오장군] 옛.
  [사령관] 매일같이 장병들의  최일선에서 죽고 다치고 하는데 자네가
하는일이란 내 어깨를 주무르는 것뿐이니 민망하지않나 ?
  [오장군] 옛  각하. 하지만 전 총을  쏠줄 모르니까 어깨나 주무르고
있어야 합니다. 전 총을  쏘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두근거립니다.
그래서 훈련소에선 사격훈련할 때마다 교관님들이나 조교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셨읍니다. 이병신같은 놈이, 총알이 아깝다.
  (긴사이)
  [사령관]  수색중 대장,  이 병사를  수색중대에  데려다가 군인답게
단련시켜 줘야겠네.
  [오장군] (흠짓 널란다)
  [중대장] 각하,  수색중대엔 당장 제몫을  할수있는 용감하고 기민한
병사가 필요합니다. 저런 겁쟁이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
  [사령관]  (막으면서)   오해말게,  수색중대엔  전속시키겠다는  게
아니구, 당분간만 맡아서 군인다운 담력을 길러줬으면
  [페이지] 042
하는  거야.  최일선에서   고생한  적이  없는  병사에게  내  어깨를
주무르게하는 불만이구.
  [중대장] 알았읍니다.
  [사령관] 오장군 이등병두 방금 내가 한 말 들었겠지 ?
  [오장군] (울상) 옛, 각하.
  (소리가 들릴락말락)
  [사령관] (중대장에게) 그만 돌아가도 좋아.
  [중대장] 옛, 저 겁쟁이는 언제 보내시겠읍니까 ?
  [사령관] 지금 데려가도록하게.
  [중대장]  알았읍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겠읍니다.  (경례하고,
오장군에게) 날 따라와.
  [오장군]  (중대장을  빤히  보며  사령관의어깨를 마주  주물러대고
있다)
  (사령관의 결심이 변경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사령관] (비로소 오장군을 뒤돌아보며) 따라가기 싫은가 ?
  [오장군] (울상) 옛, 각하.
  [사령관] 겁내지 말구  따라가. 중대장은 아마 너에게 위험한 임무는
주지  않을 거다.  넌  내게로  다시 돌아와서  어깨를  주물  러야 할
병사니까.
  [오장군] (그냥계속 주물러 본다)
  (사이)
  [사령관] (거역할 수 없는, 냉엄한 낮은 음성으로 ) 그만 해.
  [오장군] (멈짓)
  [사령관] 따라가.
  (오장군, 비참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대장에게로 간다0
  [사령관] (부드럽게) 다시 불러들일 거야. 잘가게 오장군이등병.
  [오장군] (울먹이며) 안녕히계세요. 각하. (하며 돌아선다)
  [사령관] 오장군이등병, 경례하는 걸 잊었어.
  [페이지] 043
  [오장군] (급히 돌아와서 경례를 붙인다)
  [사령관]  (받는다.  오장군,  중대장퇴장,  사령관, 잠시  오장군이
사라진 쪽에  동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정보참모가  들어온다. 사령관
뒤에 겸손하게  서서 함께 오장군이  사라진 쪽을 본다.  사이. ) 나를
감상적으로 만든  유일한 병사야.  나는 여지껏  수만명을 죽이고 부상
시켰는데  --- 저  병사더러  내  어깨를 좀  더  주무르게 내버려둘걱
그랬어.
  [정보참모] ---
  (사이)
  [사령관] (무표정하게,  마치 억양이 없는 어조로  글 을 읽듯이) 저
병사를 다시 불러와. (정보참모를돌아보며) 움직이면 안돼 !
  [장] (제 12 경)
  숲 (A)
  어둠 속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중대장]  (소리)   선임하사관,  저  겁쟁이를전초진지에  데려다가
팽개치고 와. 거기서 혼자 밤을새노라면 담력이 조금은 길러 질거야.
  [상사] (소리만) 옛. 가자 !이밥통아.
  (무대  약간  밝아진다.   앙상한  숲.  상사와  오장군이  관객쪽을
향해엎드려 있다.)
  [상사] 날이 밝으면 널  다시 데리러 올테다. 그럼 떠나기 전에 임무
및  주의사항을  일러주겠다.   1-앞쪽으로  무슨소리가  나거나  뭐가
나타나면 즉시 암호, 대답이  없으면 그냥 갈겨버려. 앞 쪽에서라는 걸
잊지마. 뒤쪽은 아군이니까. 알았나 밥통아 !
  [페이지] 044
  [오장군] 예.
  [상사]  2-절대로  담배를  피지  말것.  담배불은  4킬로  밖에서도
보인다. 그런데 적은 2킬로 전방에 있다. 알았나, 밥통아
  [오장군] 예.
  [상사] 3- 이하는생략이다.  (오장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럼 내일
새벽에  다시 만나자.  (포복하면서  되돌아 가려다가)  참  암호를 안
가르쳐줬군. 오늘밤  암호는 아가씨, 궁뎅이다.  아가씨, 궁뎅이, 한번
외어봐. 밥통아,
  [오장군] 아가씨 궁뎅이.
  [상사] 다시한번
  [오장군] 아가씨 궁뎅이.
  [상사]  밥통새끼 !  간다 그럼.  (포복해서  뒤돌아가다말고 갑자기
엉덩이를들며) 어우우 ! 쌍놈의 암호 때문이야 !
  (남근이 아픈 것이다)
  (상사가 퇴장한 한참 후까지도 오장군은 그냥 떨고만 있다.)
  (갑자기 괴조를  연상시키는 높고 긴 새소리.  사이 여우소리, 사이,
부엉이. 사이. 사자소리. 사이. 마지막으로 어울리지 않게 아주 귀엽게
명랑한 방울새소리. 긴사이)
  [오장군]  (비로소 꼼지락거리며  담배를 꺼낸다)  참, 아까상사님이
담배에 대해서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
  (잠깐 생각하다가는 그냥 불을 붙인다)
  (그  순간,  전방에서  소리가  들리면서  서쪽나라의  포병관측소가
라이트 속에 나타난다.)
  [관측A] 적발견, 좌표, 지도 C의 2445 1256.
  [페이지] 045
  [관측B]  잠깐,   적을  발견시는   먼저  정보참모에게  보고하라는
명령이야. (하며 수화기를 들고 보고하는 몸짓) 서쪽나라 관측장교 B가
녹화기를  든  순간.  상사,  수색중대장  정보참모  사령관이  라이트
속에나타난다.)
  [상사] 저 밥통새끼 절대로 담배는 피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는데.
  [사령관] (죽여버릴 듯한표정으로  홱 돌아보고나서) 만약 저 담뱃불
때문에  오장군 이등병이  포격을 받아  죽으면  (손가락으로 세번격발
흉내를 내면서) 너희들도 모두 죽어야 한다.
  [관측 B] (수화기를 놓으며) 정보참모부에 맡기라는군.
  (오장군은 여전히 떨며 담배를 뻐금거리고 있다. 긴사이)
  [사령관]  졸고  있는  모양이군.  (큰소리로  셋을 돌아오며)  적의
포병관측놈들이 말이야 ---
  (담배를 꺼내문다. 정보참모부가 재빨리 불을 붙여준다)
  긴사이, 오장군의  전방에서 나무  다섯 그루가  살금살금 걸어온다.
오장군 한참동안  모르고 있다가 기척을느끼고  굽어 버린다. 나무들도
멈춰설다. 사이.
  [오장군] (낮게 떨며) 아아가씨 !
  [나무 A] (음산한 쉰 목소리로) 궁뎅이 !
  [오당군] (흠깃하며 두리번거린다) 분명히 대답소리가 들렀는데 ---
  (사이, 오장군  다시담배불을 붙이려  한다. 나무들  다시 움직인다.
오장군 또 기척을 느끼고 굳어진다. 나무들 멈춘다. 사이.
  [오장군] 아가씨의
  [나무 A] 궁뎅이
  [페이지] 046
  [오장군] (흠짓하며 두리번거린다)
  사이. 오장군  벌벌 떨며 << >><<담배를  빤다.>> 나무 A가 느닷없이
오장군의 총을 밟아서고  B,C,D,E가 오장군을 둘러싼다. 오장군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내고 그냥  멀거니 올려다볼 뿐이다.  나무 B가 기둥
속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담배를 빼앗는다. 오장군 나무 B를 멀거니
올려다 본다. 나무C의 기둥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오장군의 오른뺨을
갈린다. 오장군  나무 C쪽으러  시선을 옮긴다. 나무  D의 기둥에서 또
손이 불쑥 나오면서 왼빰을  갈긴다. 오장군 그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마지막으로 나무 E 가 발길로 걷어차려다가 나무 A에게 제지당한다.
  [나무] 그만 해 !
  (나무  A, 쓰고  있던 나무를  벗어버린다.  서쪽나라 정보장교이다.
나무  B가중사,  나무  C에서는  하사가,  나무D에서는  병장이,  나무
E에서는 상병이 나온다.)
  [오장군] 누 누굽니까 댁들은 ?
  [중사] 궁뎅이랬잖아 !
  [모두] (웃는다)
  [정보장교] 몸을 수색해 !
  [중사] 예. 일어서 !
  [오장군] ---
  [상병] 일어서랬잖아, 이 새끼야 !
  (하며 발길로 걷어찬다)
  [오장군] (스프링이 튕기듯 벌떡 일어선다)
  (B.C.D.E와락  달려들어서  몸을  뒤지기  시작한다. 매우  재빠르고
치밀하고   능숙하다.   오장군을  거꾸로   세워서   긴   자루  털듯
털어보기까지한다. 검색을 끝낸  그들은 다음명령을띵 기다린다. 장교,
끌고 가라는 몸짓.
  [페이지] 047
  [상병] (발길로 걷어차며) 가자.
  (오장군,  상병의  총구에  밀리며  간다.  동쪽나라 사령관  일행은
처음부터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
  [사령관] 잔인무도한  놈들 !  양보다도 순한  병사를 저렇게 거칠게
다루다니 ! (억양이 없는 어조로)
  (전속부관이 헌병을 대동하고 급히 등장.
  [전속부관] 각하 ! 그놈은 사기꾼입니다.
  [사령관] (망원경을 빼며) --- ?
  [전속부관]   오장군  이등병   말입니다.   (헌병에게)  체포영장을
읽어드려.
  (읽는다)   체포영장,   계급   이등병,   군번   024378596,   성명
오장군,상기자를  타인의  형의를   도용  육군에  사기입대한  혐의로
체포함.  소속   부대장은  즉시   상기자를  임무에서   해제하고  본
체포영장을 제시하는 헌병에게 그  신병을 인도할 것. 몇년 몇월 며칠,
육군 총사령관명에 의하여 군볍회의 검찰관, 서명(사이. 사령관 모두를
돌아본다)
  [전속부관]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읍니다. 그놈은 너무 어리석고
너무 순진하고 너무 정직하고 너무 겁쟁이였읍니다.
  [정보참모] 그러고 보니 놈은 오히려 대담무쌍한 놈이었읍니다. 아까
숲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워댄  것을 보아도  --- 놈은  적이 침투시킨
첩보공작원임이 틀림없읍니다.
  [헌병] 각하,  혐의자로 하여금  즉시 업무에서  해제하고 그 신병을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령관] (갑자기  폭소를 터트린다)  하하하 ---  이제야 알겠군,<<
>><<오늘>> 아침 오장군 이등병이 말한 애기의뜻을 --- 하하하 ---
  [장] (제 13 경)
  서쪽나라 포로 심문실
  (정보장교와 오장군이 조그마한  책상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아있다.
사병들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
  [정보장교] 심문에 앞서 너에게  보여 줄 것이 있다. 내가 만약 나의
질문에  거짓 대답을  했을 때는  지금부터  벌어지는 광경과  꼭 같은
고통을 당할것이다. (사병들에게눈짓) (중사가 공중에서 내려온 밧줄을
잡아당기자 바닥에 누워있던 인형군인이 그 줄을 따라 올라가서 허공에
거꾸로 뜬다.  하사가 몽둥이를  들고 와서 그  인형을 갈긴다. 인형이
얻어맞을 때마다 병장과상병이  인형군인의 비명을 대신해준다. 인형은
얻어맞을 때마다 맑은 종소리를 낸다) 그만 --- (냉랭하게) 알겠나 ?
  [오장군] (겁에 질려서 대답 대신 침을 꿀컥 삼킨다)
  [정보장교] 좋아, 그럼 시작하겠다. 군번은 ?
  [오장군]  (빨리  대답하려고  덤비는  나머지  더듬대며)  024  (뚝
그치고) 024  (또 뚝 그치고 당황한다.  겁에 질려서 잊어먹은 것이다.
허공에 매달린인형을 흘끔거리며) 024 --- 378576
  [정보장교] 이름은 ?
  [오장군] 오, 오장군입니다.
  [정보장교] 군에들어오기 전에 뭘했지 ?
  [오장군] 감자밭을 갈고 있었읍니다.
  [정보장교] 농부란 말이지.
  [오장군] 예.
  [페이지] 049
  [정보장교] 현재 소속은 ?
  [오장군] 제 5야전군 사령부 직할 수색중대 1소대 2분댑니다.
  [정보장교] 현 소속 전입일자는 ?
  [오장군] 오늘입니다.
  [정보장교] 오늘? 그전 소속은 ?
  [오장군] 제5야전군 사령부 사령관실입니다.
  [정보장교] (놀란다) 다시말해봐.
  [오장군] 제5야전군 사령부 사령관실입니다.
  (정보장교,  벌떡일어난다.   그바람에  오장군도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선다. 정보장교, 구석으로 가서 손짓으로 중사를 부른다.)
  [정보장교] (속삭이듯) 정보참모님에게  가서 우선 중간 보고를 하고
와야겠다. (급히 나간다)
  (중사,  서있는   오장군을  콱   눌러  앉힌다.   오장군  겁에  <<
>><<질린>>시선으로  중사를   올려다본다.  무대암전,   어둠  속에서
'차렷'소리가 들리면서  무대가 다시 밝아진다.  정보장교 이하 전원이
무대 바깥쪽을  향해 차려자세로 서있다.  서쪽나라 사령관이 참모들을
대동하고  들어온다.  그들의  뒤에서  사병들이  의자를 하나씩  들고  
들어와서  사령관과  참모들의  뒤에다가  받쳐준다.  사병들  나간다.
사이.)
  [사령관] 결론만 간단히 말해.
  [정보장교]  옛.  포로  심문  결과  우리는적의 전투력을  실제보다
엄청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이  밝혀졌읍니다.  (차아트를 넘기고)
이것은 아군이  지금까지 파악한적의  전투력과 포로심문  결과 밝혀진
적의실적 전투력과의  비교푭니다. 보시는 바와같이  아군 전면의 적은
3개 보병사단과 1개 포병여단뿐인 줄 알았는데, 4개보병사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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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기병사단,  2개포병사단임이 확인  되었읍니다.  (모두 웅성거린다.
차아트를   넘기며)   이것이   포로심문결과   추가로  확인된   적의
전투시열입니다.
  (사이)
  [정보장교] 질문을 받겠읍니다.
  [참모] 포로의 진술 내용에 대한 신빙도는 어느 정도인가 ?
  [정보참모]  포로는 군사지식이  전혀 없는  무식한 농부출신입니다.
따라서 그는  자기가 듣고  본 사실을  과장할 능력이  전혀 없읍니다.
오히려 그의  저능한 기억력으로  인하여 실제로 보고  들은 것 중에서
빠뜨린 것이 많으리라고 봅니다.
  [사령관]  대위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돼지같이  미련하게
생긴놈이야. 대위, 참모들에게도 그 병사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
  [정보장교] 옛.  (정보장교, 무대 옆으로  나간다. 참모들 주시한다.
정보장교  다시오고,  뒤이어   오장군이  어마어마하게  호위  당하며
들어온다. 오장군은 겁에 먹혀버려서 쭉정이가 됐다. 안정을 잃는 눈이
참모들을 맹하니 바라본다.  사령관, 손짓으로 퇴장시키라고 지시한다.
오장군 일행이 나가자 사령관이 일어선다.)
  [사령관] 우리는  하마터면 적의  계략에 빠질  뻔했다. 적은 그들의
전투력을 우리가 과소하게 평가하게끔 교묘하게 우리를 속여왔다. 적은
우리가  그들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방어진지  구축을 소홀히  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적은  우리가  공격을  취하도록  유인,  전투력을
소모시키고 적당한 시기에 일대반격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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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공격계획을  취소한다. 각  단위대는  즉시  현위치에서의 방어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방어진지 구축에 전력을 다할 것을 명령한다.
  (참모들 기립한다. 사령관 나간다. 참모들 뒤따라 나간다)
  [장] (제 14 경)
  서쪽나라 포로심문실과 총살형장
  (어둠  속에서  오장군의 비명소리.  때리는  소리,  무대 밝아진다,
오장군이 거꾸로 매달려서 고문을 받고 있다. 사령관이 들어온다. 뒤에
참모 A가 따라 들어온다.)
  [사령관] 그쳤어 ! (모두 차렷자세) 어서 내려놔 !
  (매어다렸던 오장군이 재빨리 내려간다. 오장군 뻗어 버린다.)
  [사령관] (정보장교에게  다가가서 말채찍으로  마구 갈겨대고 나서)
쓰레기 같은 놈 !  넌 이 장교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는생각이
안드나 ! 어서 의자로 모셔 !
  (정보장교,  중사와  함께 오장군을  재빨리  안아  일으켜서 의자에
앉히고 나서  양쪽에서 받쳐준다. 긴 사이.  기절했던 오장군이 정신을
차린다. 사령관이  손수 물주전자에서 물을  따라준다. 오장군, 그것을
순하게 받아 마시더니 갑자기 엉엉 울어댄다.)
  [사령관] 이제 연기는그만 하지, 귀관의 임무는 끝났으니까.
  [페이지] 052
귀관  덕분에  적은  시간을  벌었고  우리는 공격할기회를놓쳤네  ---
귀관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것을 우리는  오늘에야 알았지  --- 제발,
이제 연기는 그만 하라니까. --- 귀관의 진짜 계급은 ?
  (오장군,  더 크게  엉엉  소리를  낸다. 그는  똑같은  질문에 너무
시달려 이젠 그냥 울음이 앞서는 것이다.)
  [사령관] (한참동안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참모 A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그에게서 무엇이든  알아내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야.
여섯시 정각에 총살을 집행하도록.
  [참모] 예,
  [사령관]  단,  총살집행  때  사령부  전장병을 집합시켜서  그에게
경의를 표하게 할 것.
  [참모] 예.
  (퇴장한다)
  (무대 그 상태에서  정리되고 총살대가 정렬하고 들어온다. 정보장교
중사와  함께  그때까지도  울고  있는  오장군을부축해서  나무기둥에
붙들어맨다. 헌병장교, 검은 수건으로그의 눈을 가린다.
  [헌병장교]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말하라.
  [오장군] (하늘을 향해서 혼신의 힘으로) 엄마야 --- 꽃분아 ---
  (긴사이. 헌병장교, 사령관 그대로 집행하라고손짓)
  [헌병장교] 사격준비 !
  [오장군] (또다시 혼신의 힘으로) 엄마야 --- 꽃분아 ---
  [헌병장교] 사격
  (일제사격. 오장군, 머리를 떨군다.
  [사령관] (참모 A를 돌아보며) 그는 죽음까지도 연기로 장식했다.
  [페이지] 053
(흉내) 엄마야아, 꽃분아아 --- 아무리 무식한 시골뜨기라도 그보다 더
시골뜨기를 닮을 수는 없을 거야.
  (사령관, 오장군에게 경례를 한다. 모두 그를 따른다)
  [장] (제 15 경)
  오장군의 집마당
  (영현 하사관이 유골 상자를  들고 서있다. 그 앞에 엄마와 꽃분이와
먹쇠)
  [엄마] 아니 그럼 내아들 장군이가 이 속에 들어가 있단 말이오 ?
  [영현] 아드님의 시신은  적지에 있기 때문에 모실 수가 없었읍니다.
그대신  일선에  나가기 전에  깍아  두었던  머리카락과  손톱을 넣어
가지고 왔읍니다.
  [엄마] (유골상자의 뚜껑을  열어본다) (그속을 들여다 보는자세대로
움직이지 않고) 오오 장군아, 내아들아아 ---
  [꽃분] (배를 만지면서 꼿꼿이 선 채) 장군아아, 우리 애기아빠야아.
  [먹쇠] (하늘을  쳐다보며 숨이  다할 때까지  길게길게) 뫼에에에에
---
  (감자밭과 우물  가에 서있던 나무들이  운구하는 의장병의 발걸음을
흉내내면서  마당으로 들어선다.  먹쇠는 길고  긴  곡성을 반복하면서
마치  상주인  양 나무들을  맞이하고  엄마와  꽃분이를  달래듯 하는
몸짓을 하기로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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